월가가 데이터로 반격했다
Citadel Securities가 "2028 위기 시나리오"를 체계적으로 해부한다
시나리오 vs 데이터, 그리고 둘 다 맞을 수 있는 불편한 가능성
지난주 Citrini Research의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가 월가를 뒤흔들었다. S&P 500 하락, 소프트웨어 ETF(IGV) 4.8% 급락, 그리고 트레이더들 사이에 퍼진 공포. 이틀 뒤, 세계 최대 마켓메이커 Citadel Securities의 매크로 전략가 Frank Flight가 실시간 경제 데이터로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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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성공하면 2028년 자본주의는 무너진다 | 시트리니 리서치 시나리오 분석
1. 맥락: 서브스택 하나가 월가를 움직이다
2026년 2월 22일, Citrini Research가 7,000단어짜리 시나리오 분석을 발행했다. 2028년 6월에서 보낸 가상의 매크로 메모 — S&P -38%, 실업률 10.2%, 화이트칼라 대량 실업. 이 글은 발행 48시간 만에 월가를 실제로 움직였다. 소프트웨어 주식이 급락하고, 자산운용사들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으며, Fortune, Bloomberg, FT가 일제히 다뤘다.
이틀 뒤, Ken Griffin의 Citadel Securities가 응답했다. 매크로 전략가 Frank Flight가 작성한 보고서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The 2026 Global Intelligence Crisis» — 2028이 아닌 2026. 진짜 위기는 미래의 경제 붕괴가 아니라, 지금 현재 데이터를 무시하고 서브스택 시나리오에 반응하는 시장 자체라는 메시지다.
Ken Griffin이 설립한 세계 최대 마켓메이커. 헤지펀드 Citadel과는 별도 법인이다. 미국 주식 거래의 약 25%를 처리하며, 글로벌 유동성의 핵심 인프라를 운영한다. 즉, 이 반박은 학자의 의견이 아니라 매일 수조 달러의 주문 흐름을 보는 기관의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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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itadel의 다섯 가지 반론
반론 ①: 데이터가 말하는 것 — 소프트웨어 채용은 늘고 있다
Citrini의 핵심 전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Flight의 첫 번째 반격은 단순하다: Indeed 데이터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11% 증가 중이다.

Chart: Citadel Securities / Indeed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공고(밝은 파랑)가 2025년 중반 저점 이후 급반등. 전체 채용 공고(짙은 파랑)도 함께 상승 중
또한 St. Louis Fed의 실시간 인구 조사 데이터를 인용하여, 업무용 AI의 일상적 사용 빈도가 "예상외로 안정적"이며, "즉각적 대체 리스크의 증거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Chart: Citadel Securities / St. Louis Fed — 생성형 AI를 업무에 매일 사용하는 비율(하단 실선)은 10~13% 구간에서 안정적. 기하급수적 가속의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강력한 논거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채용 공고의 증가가 반드시 고용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고가 올라가도 채용 기준이 높아지거나, 기존 인력이 AI 도구를 쓰는 "증강된 소수"로 대체되는 과정일 수 있다. 데이터는 맞지만, 해석의 여지가 있다.
반론 ②: 재귀적 기술 ≠ 재귀적 도입
Citrini 시나리오의 엔진은 "브레이크 없는 피드백 루프"였다.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므로, 경제적 도입도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된다는 전제. Flight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기술의 재귀적 발전이 경제적 도입의 재귀적 가속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기술 확산은 S-커브를 따른다. 초기에 느리고, 중간에 가속되며, 포화 시점에서 둔화된다. PC, 인터넷, 스마트폰 모두 이 패턴을 따랐다. AI가 다를 이유가 무엇인가?

Chart: Citadel Securities / BLS / St. Louis Fed — 생성형 AI(검은 점)는 도입 3년차에 약 40%. PC(파랑)와 인터넷(회색/노랑)의 초기 궤적과 비슷한 S-커브의 초입 구간에 있다
조직 통합 비용, 규제, 한계수익 체감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Flight가 짚는 물리적 제약이 있다: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하려면 현재 수준보다 수십 배의 컴퓨트가 필요하다. 수요가 급증하면 컴퓨트의 한계비용이 상승하고, 그 비용이 인간 노동의 한계비용을 넘는 순간 대체는 멈춘다. 경제적 중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반론 ③: 생산성 충격은 공급 충격이다
Citrini의 "유령 GDP" 개념 — AI가 산출을 늘리지만 소비에 도달하지 않는다 — 에 대해, Flight는 국민소득 항등식을 들이댄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실질 GDP가 증가하면, 정의상 수요 측면의 무언가(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가 올라가야 한다. 산출은 늘어나는데 총수요는 붕괴하는 시나리오는 회계적 항등식을 위반한다.
더 쉽게 말하면 이렇다. 기업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면, 가격이 떨어지거나 마진이 늘어난다. 가격 하락은 실질 구매력을 높이고, 마진 확대는 재투자 여력을 만든다. Citrini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노동 소득이 완전히 붕괴하면서, 동시에 투자도, 재정이전도, 외부 수요도 전혀 보상하지 않아야 한다.

Chart: Citadel Securities / US Census Bureau — 미국 신규 사업 신청 건수. 2021년 팬데믹 이후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2025년에도 역대 최고치 근처. AI가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창업을 촉진하고 있다는 Citadel의 근거
반론 ④: 대체가 아닌 보완
Flight의 가장 직관적인 반론은 역사적 질문이다: "Microsoft Office는 사무직 노동자의 보완재였나, 대체재였나?" 사전에는 대체 우려가 컸지만, 사후에는 명확한 보완재였다. 경제는 물리적, 관계적, 규제적, 감독적 업무로 가득 차 있으며, 이들은 조율 비용, 법적 책임, 신뢰 장벽 때문에 자동화가 어렵다. AI가 업무의 구성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만, 노동 자체를 제거할 가능성은 낮다는 논리다.

Chart: Citadel Securities / Bloomberg / BLS — 선행 노동시장 지표들의 6개월 Z-score. 빨간 점선(Citadel 자체 트래커)이 2025년 하반기부터 개선 추세를 보이며, "Liberation Day"(관세 발표) 이후에도 회복 중

Chart: Citadel Securities / Bloomberg — 건설 부문 고용 변화(천 명). 2025년 하반기부터 Heavy & Civil Engineering(짙은 파랑)이 급증하며 전체 건설 고용(실선)을 끌어올린다. AI 인프라가 실물 고용을 창출하는 증거
반론 ⑤: 케인즈의 주 15시간 실수
Flight의 마지막 공격은 1930년 케인즈를 소환한다. 케인즈는 생산성 증가로 21세기에는 주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생산성 예측은 맞았지만, 노동시장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 왜? 인간의 욕구의 탄력성(elasticity of human wants)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덜 일하는 대신,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원했다.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경험, 새로운 형태의 소비. Flight의 결론: Citrini는 오늘 정확히 같은 분석적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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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런데 — 둘 다 맞을 수 있다면?
Citadel의 반박이 나온 직후, FT의 Robert Armstrong(Unhedged 칼럼)과 Tyler Cowen(Marginal Revolution)은 Citadel 측에 기울었다. 그러나 Armstrong은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더 많은 뉘앙스가 Citrini 시나리오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 뉘앙스의 이름은 엥겔스의 멈춤(Engels' Pause)이다. SK Ventures의 Paul Kedrosky가 Armstrong에게 제기한 이 프레임은, 경제학자 Robert Allen이 마르크스의 동료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이름을 딴 현상이다. 18세기 말~19세기 초 영국에서 1인당 GDP는 급증했지만, 노동자 임금은 수십 년간 정체했다. 생산성의 과실이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되고, 노동자에게는 수십 년의 시차를 두고 도달하는 현상.
Bank of America Institute가 최근 지적했듯이, 이 현상은 이미 관찰되고 있다: 최근 생산성 이득은 기업 이익으로 쌓이고 있으며, 노동 소득의 GDP 비중은 꾸준히 하락 중이다. Robert Allen은 Armstrong에게, 미국과 영국의 엥겔스의 멈춤은 사실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고 답했다.
Citrini
"AI가 성공하면 경제가 붕괴한다"
타임라인: 2~3년
Citadel
"데이터에 붕괴의 증거 없다"
프레임: 역사적 선례
엥겔스의 멈춤이 시사하는 것은 불편하다. Citadel이 맞을 수 있다 — 장기적으로, 집계 수준에서는. 생산성 충격은 결국 소비를 확대하고,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며, 경제는 적응한다. 하지만 Citrini도 맞을 수 있다 — 전환기에, 특정 계층에게는. 생산성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면, 그 사이의 고통은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된다. 문제는 "결국 어떻게 되느냐"가 아니라, "그 사이에 무엇이 일어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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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리: 누가 무엇을 놓쳤나
| 논점 | Citrini의 약점 | Citadel의 약점 |
|---|---|---|
| 노동시장 | 현재 데이터가 시나리오와 불일치 (채용 증가 중) | 채용 공고 ≠ 실제 고용. 후행 지표에 과도한 의존 |
| 확산 속도 | S-커브를 무시하고 선형 가속 가정 | 이번 기술이 기존 S-커브를 따를 것이라는 보장 없음 |
| 총수요 | 회계적 항등식 위반 가능성 (생산↑ 소비↓ 동시) | 자본 소득의 소비 성향이 낮다는 점을 경시 |
| 정책 대응 | 정부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 | "민주 국가가 조정할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 |
| 타임라인 | 2~3년 내 위기 가정이 비현실적 | 장기 적응만 강조하고, 전환기 고통을 경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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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에 주는 시사점
Citadel의 반론을 한국 맥락에 대입하면, 흥미로운 비대칭이 나타난다.
Citadel이 지적하는 AI 인프라 건설의 고용 효과 — 데이터센터 건설이 건설 고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 는 한국에서도 관찰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폭발, 정부의 AI 국가전략 투자는 Citadel 논리의 한국판이다.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위치는 당분간 방어 가능하다.
하지만 엥겔스의 멈춤은 한국에서 더 위험한 형태를 띤다. 생산성의 과실이 삼성·SK 같은 대기업에 집중되고, 그 사이 화이트칼라 밀집 산업(금융, IT서비스, 전문직)에서 고용이 전이되는 시나리오를 떠올려 보라. 한국의 가계부채/GDP 비율은 OECD 최고 수준이며,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소득이 전환기적으로만 충격을 받아도, 전세 시스템을 통해 자산 시장으로 전이되는 속도는 미국보다 빠를 수 있다.
Citadel 보고서가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미국의 제도적 유연성이다 — 빠른 창업 생태계, 유연한 노동시장, 재정 대응 여력. 한국은 이 세 가지 모두에서 미국보다 제약이 크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적응할 것"이라는 Citadel의 낙관은, 그 적응 메커니즘이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 없이는 불완전하다. 전환기의 설계가 결과만큼 중요하다면, 한국은 지금부터 그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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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총평
Citadel의 보고서가 가치 있는 이유는 Citrini가 틀렸음을 증명해서가 아니다. 시나리오적 사고와 데이터 기반 사고가 어떻게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Citrini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충분히 대비되지 않은 미래"를 식별하는 데 탁월했다. Citadel은 "현재 데이터에서 그 미래의 전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정밀하게 입증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 Citrini의 질문: "만약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면?" Citadel의 질문: "지금 그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는가?" 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후자는 투자 결정을 위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엥겔스의 멈춤이 가르치는 교훈이 있다: 장기적 적응과 단기적 고통은 공존할 수 있다. 산업혁명은 결국 인류를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결국"이 도달하기까지 두 세대가 걸렸고, 그 사이의 고통은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낳을 만큼 심각했다. AI가 경제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여정이 순탄하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도착지가 파멸이라고 가정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